핏빗의 이유있는 도전과 성장기

핏빗의 이유있는 도전기

핏빗(Fitbit)의 스마트워치 버사(Versa)가 제품 출시 두 달 만에 1백만대 판매량을 돌파했다.
곤두박질 쳤던 주가도 상승 랠리다. 핏빗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핏빗의 시나리오가 공매도 투자자들의 놀잇감에서 견실한 의료테크(med-tech)기업 스토리로 바뀌었다.”
(앤드류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연구원, CNBC, 2018.7.11)

핏빗은 한때 웨어러블 밴드의 대명사였다.

2007년 창업해 2016년까지 6천만대 이상 팔았다.
2015년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만 해도 시가총액 110억달러(12조원), 주가 4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샤오미 밴드 등의 등장으로 판매가 급감했다. 시장점유율 41%(2015년)에서 12%(2017년)으로 주가는 5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그사이 경쟁사였던 조본과 페블이 아예 시장에서 탈락하면서 웨어러블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데스밸리에서 길을 잃은 핏빗은 반성문을 써내려 갔다.

1) 핏빗은 왜 한철 인기였나?
이렇게 생각해 봤더니 딱 보였다. “핏빗을 집에 두고 왔다면 과연 사람들이 되돌아 갈까?”

아이폰을 두고 나왔다면 십중팔구 가지러 가겠지만 핏빗은 하루쯤 없어도 내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즉, 얼리어답터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핏빗은 헬스케어의 아이폰이 되기로 했다.
“핏빗을 갖고 있으면 좋은 제품에서 집에서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제품으로 격상시킬것이다.”
(제임스 박 핏빗 CEO 2018.5.23 비즈니스인사이더)

핏빗은 ‘헬스케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핏빗이 비만, 당뇨, 암 같은 만성질환을 일상에서 측정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집을 나설 때 반드시 착용해야 할 기기가 될 수 있다. ‘스마트 밴드’에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몸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의료 측정기’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핏빗은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R&D 투자를 29%에서 36%까지 늘렸다.
당장 2017년 4월 출시한 스마트밴드 HR에 심박수 측정 기술인 ‘퓨어펄스(Pure pulse)기능’이 탑재됐다.
초박형 칩을 통해 24시간 심박수와 심혈관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수면 시간과 상태(얕은 잠, 깊은 잠)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출시되는 스마트워치 버사는 퓨어펄스 기능(24시간 실시간 심박수 모니터링), 수면중 무호흡 증상 체크, 여성 생리주기 체크 등을 탑재했다. “이런 기능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동안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이다. 쉽게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제임스 박, 비즈니스인사이더)

특히 핏빗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 혈당체크 기술이다. 2018년 1월 혈당체크 스타트업 사노(Sano)에 600만 달러(약 65억원)을 투자했다. 사노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꿈의 기기’인 무채혈 연속혈당계(GCM)을 개발 중이다. 현재 혈당계는 손가락 끝에 피를 내야 하며 이마저도 그 순간의 혈당 수치만 잰다. 하지만 사노는 동전 크기의 혈당 측정 패치를 개발해 연구 중이다. 채혈 없이 24시간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약 1억 명 이상의 성인이 당뇨병 환자로 추산된다. 사노의 기술 개발이 완료돼 핏빗 워치에 탑재되면 이들의 필수템이 될 수 있다.

2)핏빗은 과연 파괴적 혁신이었나?
핏빗이 쓴 또다른 반성문은 ‘과연 핏빗이 파괴적 혁신이었냐’하는 것이었다.

핏빗의 창업 목표는 미국인들이 소파에서 일어나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후 수천만명이 핏빗을 구입했고 친구들과 배우자에게 그 날 자신이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자랑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 데이터들이 사용자의 건강까지 보장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핏빗은 ‘건강 솔루션’회사로 거듭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핏빗은 2018년 2월 건강관리 데이터 서비스 업체 트와인을 인수했다. 트와인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자를 의사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의사나 간호팀과 맞춤형 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핏빗은 메사추세츠 제너럴병원, 조슬린 당뇨병센터 등 대형 의료 기관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핏빗 스마트 밴드로 심박동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던 이용자가 있었는데 이상 징후를 의사에게 알려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다. 당시 그의 심장은 심각한 상태였다.
앞으로는 그 환자에게 투약까지 도와줄 수도 있다. ‘생명을 구하는 회사’에 핏빗의 가능성이 있다.”(제임스 박, 비즈니스 인사이더)

정리하면 데스밸리에 빠졌던 핏빗을 다시 건져올린 것은 뿌리까지 파고든 치열한 자기반성이었다.
핏빗은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했나?-‘테크 장난감에서 필수품’으로, 핏빗은 ‘파괴적 혁신’이었나?-‘건강 측정기에서 건강 솔루션’으로의 인식 및 행동전환이었다.

남은 것은 실전이다. 핏빗은 아이폰처럼 우리 일상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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