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10명의 팬이 있다면 해날갈 수 있다.

실리콘밸리 최고 구루로 꼽히는 폴 그레이엄의 창업가에 대한 조언이다.

“빨리 출시하라. 그리고 팬을 만들어라!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이 망가져도 10명의 팬이 있다면 해나갈 수 있다.”
(폴 그레이엄 에세이 <스타트업에게 말해주고 싶은 13가지>)

폴 그레이엄이 발굴한 에어비앤비가 딱 이런 경우다.

2007년 몇 주 만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HTML로 뚝딱 만든 조악한 홈페이지가 에어비앤비의 시작이었다.

창업가들은 호스트들을 방문해 열성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금세 에어비앤비의 팬이 되면서 진심으로 손님을 맞았고 현지인만 아는 맛집과 관광지도 공유했다.

에어비앤비만의 여행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2003년 14살에 ‘슈퍼잼’이라는 잼 회사를 창업한 영국의 도허티 프레이저.

할머니를 졸라 무설탕 잼 레시피를 배운 소년은 방과 후면 이웃을 돌며 잼을 팔았다.
병 뒷면에 남긴 번호로 고객들의 응원전화가 쇄도했다.

심지어 고객들이 테스코 등 대형마트에 입점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는 전 세계 2천여 개 마트에서 연간 100만병씩(800만 파운드, 117억원) 판매하고 있다.

“일단 작게 시작하라. 그런 다음 아이디어에 함께 흥분하고 열정을 실어줄 1000명을 찾아 나서라. 그들의 충고를 반영하면 성공할 수 있다.”
(도허티 프레이저 <슈퍼잼 스토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 스타터’가 페이스북에 23억 달러(2조 5천억)에 인수된 오큘러스를 비롯해 페블, 핏빗 등 걸출한 스타트업을 배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킥스타터를 통해 빠르게 시작하고 충성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와디즈(wadiz) 같은 사이트이다.

와디즈는 아이디어를 가진 메이커가 십시일반 펀딩을 받아 제품을 만든 뒤 이를 펀딩 참여자들에게 보상으로 제공하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쇼핑몰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최저가나 총알배송 때문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업가 스토리에 공감하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쇼핑몰에서 볼 수 없는 ‘사람이야기’가 있다.

메이커는 왜 펀딩을  받아 제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서포터라 불리는 펀딩 참여자들은 메이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이디어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01 떡볶이 사장님

라이스블록의 홍연우 대표. 홍 대표는 10대 초반 무렵 떡볶이 장사를 하다 포기한 오빠를 보고 자신이 직접 해보겠다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직접 떡을 만들기 위해 수 백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3년의 연구 끝에 첨가물 없이도 밀가루 떡처럼 쫄깃한 ‘애기떡’이라는 쌀떡볶이를 만들어냈다.

본격 창업을 하기 전 떡볶이를 평가 받고 싶었던 그는 와디즈 펀딩에 참여해 떡볶이에 쓰이는 쌀 품종과 발효법, 자신이 실패했던 과정까지 진솔하게 풀었다.

그러자 서포터들의 응원이 이어졌고 다양한 피드백도 쏟아졌다.

홍대표는 2017년 두 차례 펀딩을 하면서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1차 펀딩 : 1146% 달성(1140만원)
2차 펀딩 : 744%달성 (740만원)

“나 혼자만 이 떡볶이에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때 서포터들이 힘이 돼 줬다. 함께 사업 방향을 고민 해주었고 응원을 해줬다.”
(홍연우 대표)

02 코르크 스피커 사장님

빈병에 코르크 모양 스피커를 꽂아 소리를 증폭시키는 블루투스 스피커 ‘코르크’의 이연택 대표.
직장인이었던 그는 대학 때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한 장을 실험해보고 싶어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했다.

2015 ~ 2017년 총 3차례의 펀딩을 진행해 1108명의 서포터로부터 펀딩을 받아 제품 출시와 회사 창업에 성공했다.

서포터들의 주선으로 해외수출까지 하게 됐는데 일본 캐릭터회사 산리오와 ‘헬로키티 스피커’를, 코카콜라 멕시코와는 ‘콜라 스피커’를 출시했다.

“정말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했다. 서포터드의 피드백과 도움을 밑천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까지 하게 됐다.”
(이연택 대표)

03 수세미 사장님

상품디자이너 윤내라씨는 설거지를 할 때마다 손에 힘을 줘야 하는 사각형 수세미가 불편해 아예 접힌 모양의 수세미를 디자인했다. 2014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도 했다.

그러다 진짜 제품으로 만들어보자 싶어 2018년 두 차례 와디즈 펀딩에 나섰다. 

1284명 서포터가 1790만원을 펀딩하면서 윤씨는 제품을 만들게 됐고 서포터들은 입소문도 내주었다.

“이거 물건이네요 진짜. 친구들이 하나같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 공유해줬답니다.”

윤씨는 곧 이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수세미 사장님, 코르크 스피커 사장님, 떡볶이 사장님한테서 보듯 초짜 창업가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한 명의 큰 자금보다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의 십시일반이다.

간절하게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시작하자.

내 열정을 응원해줄 팬만 있다면 해 볼 만한다.

이 창업가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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