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청소기 거기다 옷까지 … 샤오미 넌 누구냐?
애플과 아마존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던 샤오미, 그런데 최근에 행보는 그야말로 눈에 띄는 것은 무조건 개발하고 보는 다종생산을 하는 하드웨어 회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야 말로 샤오미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사람들이 알고있는 샤오미 – 스마트폰 제조사?
하지만 창업자 레이쥔이 창업 초기부터 천명했던 것은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자체 OS인 MIUI를 개발해
기존 스마트폰 회사와는 DNA가 다름을 분명히 했다.
궁극적 수익모델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였다.
iOS 생태계를 만든 애플처럼, 킨들을 파는 아마존처럼 단말기를 팔아 MIUI 플랫폼을 확산시킨 뒤 게임을 팔고, 영화를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창업자 레이쥔도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와 운동화, 스티브 잡스가 빙의한 것 같은 프리젠테이션으로 ‘레이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와이파이 전기밥솥 등 스마트 가전을 출시할 때도 그랬다.
스마트 홈 기기들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한 뒤 MIUI 플랫폼 위에서 IoT(사물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래서 레이쥔은 샤오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샤오미는 애플, 구글, 아마존을 합친 회사다.
하드웨어 주력 회사가 아니다.
(레이쥔, 로이터, 2013. 8. 15)
그런데 최근의 샤오미 행보는 애플 보다 일본의 생활 잡화점 브랜드 무인양품을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샤오미는 2016년부터 중국 전역에 230개 오프라인 매장 샤오미즈자를 열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와 다양한 상품이 무인양품과 유사하다.
파는 물건들도 무인양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운동화 – 199위안(약 3만원). 와이파이 같은 건 연결되지 않는다.
4개들이 칫솔 – 40위안(약 6700원). 그냥 칫솔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고사하고 IT회사라고도 볼 수 없는 베개와 옷, 문구까지 판매한다.
2017년 시작한 온라인 몰 여우핀(Youpin)은 무인양품 온라인 버전 같다.
수건부터 와인 잔, 욕실용품 등 800여 가지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대체 애플과 같은 인터넷 회사가 되겠다던 샤오미는
왜 무인양품 흉내를 내는 것일까?
스마트폰 매추 부진에 따른 위기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샤오미 매출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새 오포와 비보 등의 추격이 거세다.
그래서 샤오미가 선택한 전략이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처음에는 스마트 가전을 팔다 점점 일반 잡화로 품목을 늘렸다.
스마트폰은 2년에 한 번 꼴로 교체한다.
20 ~ 30개 정도 주기가 짧은 제품을 스마트폰과 배합해 팔아야 한다.
(레이쥔, 2017. 4. 21. 하버드대 중국 포럼)
이전략은 금방 성과를 냈다.
샤오미 매장의 1평방미터 당 연 평균매출은 3만 7700달러(약 4192만원)이다.
그러자 레이쥔은 아예 샤오미는 리테일 회사이고,
샤오미의 목표는 테크놀로지의 무인양품이라 선언하고 나섰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회사이고,
인터넷 회사이며, 리테일 회사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샤오미는 리테일 회사가 맞다.
샤오미의 목표가 뭔지 아시는지?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무인양품이 되려고 한다.
고품질, 가성비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한다.
(레이쥔, 2017. 8. 31. 중국소비서밋)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샤오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점점 테크놀로지 회사의 정체성을 잃고 잡화점처럼 인식돼 가기 시작한 것이다.
테크놀러지의 무인양품이 아니라, 무인양품 그 자체가 돼 가고 있다. 대체 베개와 칫솔이 샤오미가 그토록 되고 싶어 하는 인터넷 회사와 무슨 관련이 있나?
(쿼츠, 2018. 7. 7)
이런 경향은 매출구조에서도 혹인되고 있다.
생활 잡화 및 공기청정기 등 Iot분야 매출 비중
2015년 (13%) > 2017년(21%) 성장
앱스토어, 음악서비스 등 인터넷서비스 매출 비중
2015년(4.8%) > 2017년(8.6%) 성장
샤오미는 이렇게 항변하지만
하드웨어업체에서 인터넷서비스업체로 전환 중이다.(샤오미 IPO 신청서)
우리가 새 모델(오프라인 리테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우리가 본질이 명확한 회사(a focused company)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슈퍼마켓, 또는 백화점이라고 말했죠.
‘밥솥에 , 펜에, 담요? 당신들 미쳤어?’라며 말이죠.
하지만 우린 미치지 않았습니다.
(왕 사앙 샤오미 수석부사장, 와이어드, 2017.12.22)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솔직히 샤오미는 인터넷 회사가 아니다.
그냥 하드웨어 회사다. 그게 샤오미의 문제이다.
(디키 왕 킹스턴 파이낸셜 이사, 2018. 7. 5. CNBC)
샤오미 홍보임원들은 그들의 잡동사니 상품들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생태계 효과가 샤오미를 그저 그런 제조업체로 보이지 않게 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칫솔, 베개를 만들면서 사물인터넷(connected)이란 단어만 갖다 붙인다고 스마트 홈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블룸버그, 2017. 12. 5)
과연 샤오미의 무인양품 전략이
더 많이 사람들이 물건을 사게 해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하드웨어회사도, 소프트웨어회사도,
잡화점도 아닌 희한한 회사로 만들게 될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