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는 바이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가 타는 바이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모터사이클들의 브랜드는 정말 국적이 다양하다. 모터사이클의 강자인 일본 4대 브랜드를 비롯해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 모터사이클 그리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피아지오 그룹과 두카티, MV아구스타, 영국을 대표하는 트라이엄프가 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태어난 진짜 나라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대림오토바이의 신차발표에서 새로운 시티베스트를 발표하면서 시티베스트 모델 이름의 뜻을 지금까지의 시티 중 최고의 시티라는 의미라고 발표했을때 무엇인가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가졌다. 중국 하오주의 언더본 모델이 기존의 시티보다 모든 면에서 나아졌다면, 대림 오토바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대림의 시티 베스트, 모든 면에서 기존의 시티를 넘어선다는 이 모델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하오주가 만든다.
국적의 다양화
물론 지금은 생산과 판매에 국경이 희미해지는 글로벌 시대이다. 국내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혼다 스쿠터 PCX125는 초기에는 태국 생산이었고 현재는 베트남 생산모델이다. 만약에 PCX125가 일본 생산이었다면? 아마도 높은 가격으로 지금의 인기는 커녕 소수만이 찾는 마니아들의 스쿠터가 되었을 것이다. 혼다는 동남아 전략생산 모델로 시장 확대를 위한 월드와이드 모델을 론칭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베스파도 베트남 공장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유럽 브랜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두카티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위해 태국 공장을 세웠고 이곳을 통해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몇 해 전 BMW와 트라이엄프도 태국에 공장을 세웠다. 다만 이것은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과는 조금 다른 이유 때문이다
의외로 태국 생산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두카티 스크램블러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된다.
아세안 물품 무역협정 ATIGA에 따라 태국 생산 완성차의 세금이 아세안 협력 국가에서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 생산 두카티나 BMW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도 역시 거대한 인도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KTM, 할리데이비슨, BMW 모토라드 등 여러 브랜드의 전략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BMW 모토라드가 인도 TVS와 손을 잡고 만든 G310R
국산의 실종
국내 브랜드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혼다 라이선스 모델의 생산으로 시작해 독립한 국내 브랜드인 대림오토바이는 독자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하던 것에서 점차 국내 생산을 줄이고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으로 전환해왔고 이제는 중국 업체에서 만든 제품에 대림의 로고를 붙여 판매하는 모델들로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서민의 발이 되어온 시티 시리즈 역시 중국산이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KR 모터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대만에서 적당한 모델을 사다가 로고를 붙여 팔고 있다. 심지어 채트110은 국내에 정식으로 론칭 되기도 전에 KR 로고가 박힌 채로 중국의 대형 도매 사이트 ‘알리바바’에서 판매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산원가는 소비자가격에 직결되고 소비자는 언제나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이해관계를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 등이 충족시켜 준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제조업에 있어서 상당히 선진국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애플의 아이폰도 대만과 중국산이다.
이렇다 보니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품질을 따지는 것이 현명한 시대가 오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주는 신뢰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공법이 때로는 답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에도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회사도 있다.
스즈키는 미들급 이상의 모터바이크를 여전히 일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은 동급의 경쟁자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특히 네이키드 모델인 SV650은 대형 입문을 위한 바이크 중에서도 저렴한 899만 원의 합리적인 가격임에도 일본 생산 제품이다.
이 클래스에서 일본이나 유럽 생산 차량은 SV650이 유일하다. KR 모터스 GT650의 소비자가격이 740만 원임을 생각하면 확실히 놀라운 가격이다.
더 나아가 4기통 스포츠 네이키드 GSX-S750은 1,199만 원이다.
스즈키 GSX-S750. 슈퍼바이크 유전자의 4기통 스포츠 네이키드가 일본에서 제조되고도 1190만 원이다
일본 생산 제품으로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원가관리와 더불어 꾸준히 자국 공장 운영에 집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국내 사정과 비추어보면 부럽고 또 부끄러워진다. 이제는 수입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 제품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너 어디서 왔니?”
모터바이크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