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옭아매는 관계에서 벗어나기

가스라이팅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여기며 자존심을 세우고 힘을 과시하는 가해자(가스라이터)와 상대방이 자신의 현실감을 좌우하도록 허용하는 피해자(가스라이티)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가스라이팅 가해자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학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조종하는 사람이 아주 좋은 사람이거나 매력적인 연인인 경우도 있다. 이제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의 유형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메시지를 여러 번 남겼는데도 남자친구가 2주일 동안 연락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당신이 좋아하는 커다란 꽃다발과 비싼 샴페인, 주말여행을 위한 비행기 표를 들고 나타났다.
당신은 화가 나 있고 그에게 매우 실망해 있다. 하지만 그는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사과하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그는 당신에게 꽃과 샴페인과 주말여행에 행복해할 것을 강요한다.

매력적인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을 매우 혼란스럽게 한다. 피해자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가해자가 연출하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잃고 싶지는 않다. 따라서 그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가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편하다고 여긴다. 그의 매력과 낭만적인 태도는 이런 식으로 그의 잘못과 그로 인한 당신의 괴로움을 은폐한다.

· 두 사람만의 특별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자주 드는가? 
· 애인을 ‘내가 여태껏 만난 사람 중 가장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가? 
· 싸움이나 불화 후에 특별한 선물을 준다든지, 정성스럽게 애무해준다든지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는 등 친밀하거나 낭만적인 순간을 연출하는가? 
· 당신의 친구들이 그의 낭만적인 면에 감동을 받는가? 
· 당신의 친구들이 그의 낭만적인 면을 불안해하는가? 
· 상대방에 대한 당신의 감동과 당신 친구들의 감동이 일치하지 않는가? 
· 여럿이 있을 때와 단둘이 있을 때 그의 행동이 현저하게 다른가? 
· 상대방은 같은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유형의 사람인가? 
· 가끔 그가 가진 모든 낭만적인 면이 당신의 기분이나 취향 혹은 삶의 배경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가? 
· 당신은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성적인 면이나 그 밖의 면에서 낭만적일 것을 강요하는가? 
· 그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30대 여성인 민지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만이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서가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는데 지난 3년 동안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점차 감정이 무뎌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지는 자신과 남편이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녀는 남편 때문에 기진맥진해 보였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듯했다.
“직장에서 회의가 있어서 밤에 나가야 할 때가 있다고 해봐요. 남편도 마침 그날 밤 회의가 있죠. 그런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여러 시간에 걸쳐 두 사람의 회의 중 누구의 회의가 더 중요한가를 토론할 거예요. 저는 그러한 과정에서 지치게 돼요. 남편은 “회의에 꼭 가야 하는 것이 확실해? 당신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 또 당신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회의라도 가지 않은 적이 있었잖아? 이번에도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고 확신해?”라는 말을 계속할 거예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제가 이겨서 회의에 가게 될 테고요. 그러면 남편은 ‘이겨서 이제 행복해?’라는 식으로 저를 쳐다보겠지요. 하지만 저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할 거예요. 오히려 지치고 맥이 빠진 기분을 느낄 겁니다.”

민지의 남편은 합리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의 방식대로 상황을 조종하려는 ‘선량한 유형의 가해자’였다. 한 심리치료사는 이런 상황에 ‘내키지 않는 승낙’이라는 적절한 명칭을 붙였다. 겉으로는 동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내용을 무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지는 그와 이야기할 때 자신이 무시당하고 경시된다고 느꼈다.

· 그는 지속적으로 당신과 타인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가?
· 그는 당신에게 도움을 주거나 양보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은 실망이나 막연한 불만을 느끼지는 않는가?
· 기꺼이 가사나 사회 활동, 직장 일에 대해 당신에게 협조하는데도, 그가 당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가?
·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항상 그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느끼는가?
· 당신이 원하는 것을 결코 얻지 못하지만, 불만을 지적할 수도 없는 상황이 느껴지는가?
· 왠지 무감각하고, 매사에 관심이 없고, 의욕도 없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가?
· 그가 당신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고, 주의를 집중해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은 대화를 하기 전보다 더 기분이 나빠지는가?

다현의 남자친구는 전형적인 난폭한 유형의 가해자다. 다현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뜻을 거역했을 때, 남자친구는 소리를 지르고 그녀가 대답할 수 없는 수많은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다현의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나쁠 때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이제 다현은 그의 비난에 심신이 다 지쳐버렸음을 느낀다.
다현은 그의 사랑을 얻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변명하는 것은 오래전에 포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강하고 똑똑하고 유능한 여성으로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끊임없는 남자친구의 비난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여긴다.

난폭한 유형의 가해자들과 살아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가스라이팅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위협은 불쾌한 현상이다. 난폭한 유형의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도 위협적인 행동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쾌한 일을 피하려고 상대방에게 미리 양보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 다른 사람 앞에서나 둘만 있을 때, 당신에게 윽박지르거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가?
·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하기를 원하거나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당신을 벌주려고 침묵을 사용하는가?
· 자주 혹은 주기적으로 분노를 폭발하는가?
· 그와 함께 있으면, 또는 그를 생각하면 두려움을 느끼는가?
· 당신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당신을 떠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가? 혹은 그럴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가?
· 당신이 가장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종종 거론하는가? 예를 들어 “또 시작이군. 당신은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라든가 혹은 “그렇다니까. 왜 너는 되고 난 안되는 거야?!”같은 말을 하는가?

이토록 만연하고 복잡한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심리전문가 로빈 스턴 박사이다. 그녀는 주변의 능력있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유난히 특정 관계에서 조종당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이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학대로까지 이어지는 정서적 조종이 연인관계뿐 아니라, 가족과 직장을 비롯하여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녀가 수년간 연구해온 가스라이팅에 대해 집필한 책 <가스등 이펙트>는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란 이름으로 개정되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는 내가 가스라이팅의 어떤 단계에 놓여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체크리스트, 가해자의 행동에 따른 유형 분석법, 각 단계에 필요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담고있다.

수많은 여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는 로빈 스턴 박사.